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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AI 전투기 조종사가 온다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국(DARPA)은 최근 AI가 조종하도록 개조된 F-16 전투기가 인간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와 모의 공중전을 벌이는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항공기가 아닌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대결에서는 AI가 인간 조종사를 이긴다는 결과가 이미 2020년에 나왔다. 이번 테스트는 물리적인 비행에서도 같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고, 개조한 AI 전투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인간 조종사 두 명이 탑승해있었지만, 실제 조종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과 AI 조종사 중 어느 쪽이 공중전에서 승리했는지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다음 단계는 아예 인간을 태우지 않는 AI 전용 전투기의 개발이고, 이는 이미 진행 중이다. 전투기를 인간이 조종할 경우 엄청난 중력 가속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AI 조종사는 그런 제한 없이 전투기의 성능을 마음껏 사용하게 해준다.   게다가 군의 관점에서는 전투기 조종사가 부담스러운 이유가 더 있다. 일단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만약 이들이 실제 전투에서 격추될 경우 구출하는 작전에도 큰 비용과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은 앞으로 인간 조종사가 전투에 직접 참가하는 대신, 이들에게 여러 대의 드론 전투기를 지휘하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전투기 조종사 대의 전투기 ai 전투기 인간 조종사

2024-04-24

[디지털 세상 읽기] AI가 중산층을 살릴까?

생성형 AI가 몰고 온 충격과 공포는 궁극적으로 직업의 문제로 수렴된다. 공장 노동자를 대체한 과거의 자동화와 달리, 일반 사무직은 물론이고 전문직까지 위험하다는 경고가 그렇다.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다른 전망을 내놓은 MIT의 경제학 교수 데이비드 오토어의 ‘소수의견’을 소개했다. 기술과 세계화가 노동자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오토어는 지난 30년 동안 진행된 컴퓨터화가 기업이 대졸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을 만들어냈다는 논문의 저자다.     그는 의사, 변호사처럼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준전문가들이 전문 지식을 흡수한 AI를 사용해서 전문가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들의 임금이 상승해서 오히려 중산층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의료, 소프트웨어, 교육, 법무 서비스는 비용을 낮추면 더 확장 가능한 분야라서 이런 준전문가들을 통해 고객군을 훨씬 더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토어의 주장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AI를 사용해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 과연 업계가 더 많은 보상을 하겠느냐는 것.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 늘어난 생산성에 기업이 더 큰 보상을 한 전례가 없다는 게 그 반론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중산층 기술과 세계화 공장 노동자 의료 소프트웨어

2024-04-15

[디지털 세상 읽기] 틱톡 금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은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반대가 혐오 수준으로 커지던 때였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의 탓으로 돌리던 트럼프는 중국이 만든 인기 소셜미디어 앱 틱톡이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 여론에 영향을 행사한다며 사업을 미국 업체에 매각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당시 우여곡절 끝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틱톡 금지령’이 미국의 선거철을 맞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가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면 서명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다시 꺼냈기 때문이다.   틱톡은 인도 등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인도처럼 전면 금지한 곳도 있지만 영국,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은 정부 소유의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틱톡 앱을 깔면 기업이 이를 통해 정보를 빼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이지, 아직 그런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열렬한 사용자들을 가진 앱을 정부가 금지할 수 있느냐는 반발도 거세다. 미국에서도 정치권이 다시 틱톡 금지를 이야기하자 많은 사용자가 의원들에게 전화해서 틱톡을 막지 말라는 ‘풀뿌리 로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시진핑의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법안 통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바이든은 틱톡을 통해 대선 선거운동을 하고 있어서 위선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틱톡을 공격하며 금지, 매각을 추진했던 트럼프는 바이든이 이 이슈를 다시 꺼내 들어 선점하자 말을 바꿔서 틱톡을 금지하지 말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면 금지한 인도의 예를 보면 갈 곳을 잃은 틱톡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나온 유사 서비스로 몰리는데, 트럼프는 자신이 항상 껄끄럽게 생각하는 실리콘밸리 플랫폼에 손님을 몰아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틱톡 금지 열중인 친구 틱톡 금지 친구들 모두

2024-03-13

[디지털 세상 읽기] 음반업계가 주는 교훈

챗GPT, 달리와 같은 생성 AI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픈 AI가 이번에는 동영상을 생성하는 AI인 소라를 선보여서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단 몇 줄의 프롬프트로 1분짜리 고퀄리티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소라는 동영상 제작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콘텐트 제작 업계는 값싼 AI 콘텐트에 밀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걸까?    음반 업계가 하나의 답을 보여 준다. 일 년 전, AI가 인기 가수 드레이크와 위켄드를 완벽하게 재현한 새로운 곡을 내놓으면서 음반 업계를 긴장시켰다. 두 가수가 소속된 세계 최대의 음반사 UMG는 곧바로 이 콘텐트의 유통을 금지했지만, 새로운 기술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탐구하기로 결정했다. 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AI가 만든 콘텐트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AI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트 제작을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 창작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유명 음악 프로듀서인 돈 워스는 이 도구를 사용해서 AI가 자신의 스타일을 적용한 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충격과 함께 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가 직접 작업할 경우 컨디션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지만, “생성 AI를 사용하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나 자신과 함께 일하는 것과 같다”라는 것이다.   생성 AI는 궁극적으로 도구이기 때문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이용할 때 비로소 최고의 결과를 내놓는다. 따라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시각이 아니라, 전문가가 자신의 실력을 초인적으로 키울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생산박적인 태도일 수 있다. 저작권에 민감한 음반 업계가 AI를 완전히 금지하거나 두 손을 들고 항복하는 대신, 창작자를 돕는 도구로 만드는 자세는 다른 창작 업계가 참고할 만하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음반업계가 교훈 콘텐트 제작 동영상 제작자들 음반 업계

2024-03-03

[디지털 세상 읽기] 온라인 선거개입 위협

미국의 차기 대선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라인에서 가짜 뉴스를 통한 선거 개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위협은 세계 모든 국가의 문제이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에 해외 세력이 미국의 정책을 바꾸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가령, 현재 공화당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그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한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도 러시아가 개입했거나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기에, 이번에도 같은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쟁에 퍼붓고 있는 돈보다 훨씬 더 적은 투자로 상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과 달리 이제는 발전된 AI 기술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기에 페이스북을 비롯한 대형 플랫폼들이 이런 개입 시도에 대한 감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트위터에서 신뢰·안전 글로벌 책임자로 일하다가 일론 머스크가 해고해서 유명해진 요엘 로스도 AI를 활용한 가짜 뉴스 공격을 경고하는데, 최근 한 콘퍼런스에 등장한 그는 현재 어느 플랫폼이 가장 열심히 대비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틱톡의 노력이 눈에 띈다”라고 대답했다. 틱톡은 중국에 모기업이 있기 때문에 미국 사용자 감시와 여론 조작 의혹을 꾸준히 받아온 회사이고, 실제로 기자의 폰을 추적한 정황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가 뭘까.   지난 1~2년 동안 틱톡만큼 미국 정부와 언론, 여론의 감시를 받아온 플랫폼도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기업 혼자만이 아닌 사용자와 사회가 감시와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선거개입 온라인 온라인 선거개입 온라인 플랫폼 사용자 감시

2023-10-20

[디지털 세상 읽기] 애플 매장 습격 사건

지난주 미국 필라델피아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애플 매장에 수십 명이 몰려들어 진열품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있었다. 요즘 미국 일부 대도시의 치안이 악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시간에 버젓이 들어와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에, 고가 기기를 전시하는 애플 매장이 표적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애플 매장이 털리는 일은 흔치 않다. 왜일까.   그 이유는 도난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애플 매장은 도난 기기들의 제품번호를 찾아 재빨리 원격으로 잠가버렸고, 해당 기기는 사용 불능의 ‘벽돌’이 되었다. 기껏 훔쳤는데 쓸 수도, 팔 수도 없게 된 절도범들이 화가 나서 훔친 제품을 바닥에 던지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절도죄로 잡힐 것을 각오하고 저지른 범행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것이다.   점점 많은 기기가 OTA(over the air), 즉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전 같은 단순 절도, 장물팔이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차도 포함된다. 테슬라의 경우 OTA 방식으로 모든 차량이 본사와 연결될 뿐 아니라, 차량 전후좌우에 카메라가 부착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차량 절도범이 테슬라에 손을 대는 일이 드물고, 덕분에 다른 차량에 비해 도난율이 현저하게 낮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고가의 테슬라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주차 차량의 표면을 몰래 긁다가 촬영된 영상이 공개되고 경찰에 잡히는 사례가 속속 알려지자 테슬라는 건드리면 안 되는 차로 인식된 것이다. 애플에는 이번 습격 사건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 모른다. 애플 매장을 털어봤자 아무런 소용없다는 사실을 잠재적 범죄자들이 알게 되었을 테니까….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애플 매장 매장 습격 차량 절도범 이번 습격

2023-10-06

[디지털 세상 읽기] 네타냐후 vs 머스크…AI가 세상 바꾸나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공장을 방문해 일론 머스크를 만났다. 이런 만남을 할 때는 양쪽이 서로 필요한 게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면서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는 자기 행동을 변호할 기회가 필요했고, 반유대주의와 싸우는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을 공격해서 비난받는 머스크에게는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서 자신이 반유대주의자가 아님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무난하게 끝날 듯했던 대화는 최근 머스크가 시작한 AI 스타트업 얘기로 이어지면서 흥미로워졌다. 네타냐후는 머스크에게 AI가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머스크는 AI의 긍정적 미래를 강조했지만, 네타냐후는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AI가 큰 부를 창출해도 결국 소수의 기업에 집중될 뿐 소득 격차는 더 커질 게 분명하다는 것. 네타냐후는 더 나아가 AI 기술이 마치 “석기시대 사회가 핵무기 기술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보도한 애틀랜틱은 원래 네타냐후는 인류 사회를 신뢰하지 않고 비관적 미래 전망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의 전망은 대체로 맞는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가령 2011년, 아랍의 봄 시위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퍼졌을 때 이를 응원한 서방 세계의 지도자들과 달리 네타냐후는 시위의 결과로 이 지역의 정치는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전망이 맞았다는 것이다.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낙관론자 전망과 이를 의심하는 비관론자의 전망, 어느 쪽이 맞을지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네타냐후 머스크 네타냐후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일론 머스크

2023-10-02

[디지털 세상 읽기] ‘로봇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로그인할 때 우리가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스팸봇의 침입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다. 처음에는 캡차(CAPCHA)라고 해서 복잡하게 뒤틀린 글자와 숫자를 읽어내게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몇 년 만에 퇴출당했다. 컴퓨터 프로그램(로봇)은 AI의 발전으로 이를 풀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구글지도의 스트리트 뷰를 타일로 쪼개고 횡단보도, 혹은 신호등이 있는 칸을 모두 선택하라는 ‘리캡차’가 사용되었고, 요즘에는 더 간단하게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텍스트 옆에 있는 박스에 클릭으로 체크 표시만 하면 되는 ‘노캡차 리캡차’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너무나 간단해서 정말 로봇을 잡아낼 수 있을까?   비결은 클릭이 아니라 커서의 이동에 있다. 사용자는 클릭하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이는데, 이걸 사람이 할 경우 커서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로봇이 움직이는 커서는 직선이라는 것. 하지만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이 작업을 사람에게 시키면? 구글은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그 사용자의 인터넷 방문 기록을 파악한다. 특정 사용자가 같은 작업을 계속 반복하면 불허하는 식이다. 이 방법이 워낙 효과적이어서 리캡차 최신 버전에서는 아예 체크 절차도 생략하기로 했다. 사용자의 방문 기록만으로 로봇과 클릭 노동자를 잡아낼 수 있다. 구글이 우리의 기록을 들여다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로봇 특정 사용자 클릭 노동자 방문 기록

2023-09-24

[디지털 세상 읽기] 영화평론가의 퇴장

지난봄, 뉴욕타임스의 저명 영화평론가 A O 스콧이 영화 평론을 그만두고 뉴욕타임스 북리뷰 잡지로 옮기겠다고 선언해서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영화평론가들이 설 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 평론가들과 달리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젊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그저 블로거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프로급의 실력으로 영화 속 장면을 편집·분석하는 영상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글로는 따라올 수 없는 영상의 흡입력으로 기존 평론가들을 위협한다.   이들이 과연 평론가이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예전처럼 영화를 분석·평가하기보다 팬들의 입장에서 영화의 장점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영화 자체를 열심히 홍보해주는 이들이 훨씬 더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홍보비를 받고 활동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들은 영화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할리우드에서는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가 균형을 이뤘지만 디즈니가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다르다. 새로운 작품보다 과거 흥행작 시리즈가 스크린을 장악하고, 또 거대한 팬덤을 이끌어 간다. 이런 영화 관객들은 예전 같은 평론을 원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평론할 만한 진지한 영화도 점점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빼어난 감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갖춘 평론가들의 입지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영화평론가 퇴장 저명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들 사이 전통적 평론가들

2023-09-20

[디지털 세상 읽기] 소셜미디어 황혼기

소셜미디어의 방점이 ‘소셜’에서 ‘미디어’로 바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용자가 소셜미디어를 예전처럼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대신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미디어로 취급하는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이런 경향은 팬데믹 때 인스타그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모두가 집에 갇혀서,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업로드한 콘텐트를 소비하는 습관이 강해졌고, 자기 일상은 남들과 공유할 만큼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결과, 사람들은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공유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페친이나 팔로하는 사람의 포스트보다 전혀 모르는 유명인의 인기 포스트를 상단에 노출하는 쪽으로 알고리듬을 바꿔서 많은 사용자가 불만을 터뜨렸는데,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바뀌기 시작한 사용자들의 행동에 발을 맞춘 것뿐이다.   사용자의 세대교체도 중요한 요소다. 현재 온라인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일부 셀럽을 제외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이런 사용자는 많은 경우 계정을 비공개로 바꿔서 친구와만 교류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포스팅이 아닌 DM(개인 간 메시지)을 주고받는 데 쓰고 있다. 이렇게 과거 같은 사용법을 거부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소셜미디어 황혼기 소셜미디어 황혼기 불특정 다수 인기 포스트

2023-09-10

[디지털 세상 읽기] 뉴욕의 에어비앤비 규제와 불만 사이

에어비앤비를 통제하기 위해 싸워온 뉴욕시에서 드디어 다음주부터 단속에 들어간다. 새로 바뀐 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자기가 거주하는 집의 방을 에어비앤비에 내놓을 수는 있지만, 손님이 머무는 동안 반드시 같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방 임대는 할 수는 있지만, 집, 아파트 전체를 한 달 이내로 임대하는 건 불법이다.     이런 규제의 배경에는 손님을 잃게 되는 호텔업계의 로비와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뉴욕 시민들의 불만이 있다. 이 밖에도 가뜩이나 높은 뉴욕시의 월세가 에어비앤비를 사업으로 하는 사람들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주장이 있다. 에어비앤비로 나오는 객실이 1% 증가할 때마다 월세가 평균 1.6%씩 증가한다는 수치도 있다.     하지만 뉴욕시의 통계가 다른 도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사람 중에는 월세나 모기지를 감당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수입을 보조하는 경우도 있다.     뉴욕시의 조치로 뉴욕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불만도 크다. 집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에어비앤비는 대가족이 함께 여행하면서 호텔방을 여러 개 잡아야 하는 불편을 없애주었는데 앞으로 뉴욕시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어디까지나 뉴욕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에어비앤비 뉴욕 에어비앤비 규제 뉴욕 유권자들 뉴욕 시민들

2023-08-29

[디지털 세상 읽기] AI 저자들의 습격…아마존에만 200종

미국 서점가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책이 쏟아지고 있다.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을 사용한 생성 AI는 문화 콘텐트 창작에서도 인간 저자들의 영역을 침범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 예측을 초월하고 있다.   미국 내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e북 매장인 킨들 스토어에 챗GPT가 저자라고 밝힌 책은 이미 200여 권에 이른다. 인간 저자의 이름을 내세워서 팔리는 책 중에서 AI가 쓴 책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조차 힘들다고 한다. 아직 아마존에는 AI를 사용해 만든 책인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라서는 챗GPT에 명령어를 적어 넣고 뽑아내는 콘텐트로 하루 만에 100페이지가 넘는 단편 소설을 쓰기도 하고,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어린이용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아니라, 눈길을 끌 만한 특이한 아이디어와 명령어를 적절하게 다듬는 능력이다.   물론 AI로 만든 책에서 독창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책들이 가장 쉽게 공략하는 영역이 여행 가이드와 요리책, 프로그래밍, 정원 가꾸기 등의 실용서적이다. 이런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던 저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도 많다. 이들 AI가 인간과 비슷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인간 저자들이 그동안 만들어낸 텍스트를 사용해 훈련을 받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AI가 만든 책의 원저자는 따로 있는 셈이다. 심지어는 이미 알려진 저자의 이름을 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저자 이름을 상표로 등록한 게 아니라면 이를 사용해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불법 복제가 창작자의 수입을 가로챘다면 이제는 AI가 만든 콘텐트가 인간의 창작 활동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아마존 습격 어린이용 그림책 창작 활동 문화 콘텐트

2023-08-22

[디지털 세상 읽기] TSMC 미국 공장 주춤…대만·미국 문화충돌

미국은 중국의 위협에서 반도체 공급라인을 보호하기 위해 2022년에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외국 기업들을 유치해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최첨단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화 장벽에 부딪히며 갈등을 겪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21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착공한 첫 파운드리의 건설 지연이다. 원래 2024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현재 2025년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TSMC 측은 공사 지연 이유로 미국 내 숙련 건설 노동자 부족을 꼽는다. 극도로 예민한 최첨단 장비를 설치하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대만에서 숙련 노동자 500여 명을 데려오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의 건설 노조는 미국이 세금을 사용해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공사에서 해외 노동자를 사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갈등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TSMC가 미국에서 갈등을 빚자 대만에서는 “미국 노동자들이 기술이 떨어지고 게으르다”는 비난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미국 노동자들은 반대로 TSMC가 공사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관행 때문에 노동자들의 부상이 잇따르고 있다고 항의한다. 한 노동자는 자신이 일해본 가장 위험한 공사장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런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작자로 참여해 화제가 되었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중국 기업이 문 닫은 GM 공장을 인수해 유리공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노동 문화가 충돌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미국인들로서는 그동안 사용해온 첨단 제품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깨닫는 계기인 동시에, 미국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문제인 셈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미국 문화충돌 반도체 공장 기업인 대만 숙련 노동자

2023-08-14

[디지털 세상 읽기] 부메랑 경영인들…구관이 명관인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다시 구글에서 일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현재 CEO인 순다르 피차이는 계속해서 구글을 경영하지만, 브린은 일주일에 사나흘씩 구글 캠퍼스로 출근해 AI 모델인 제미니(Gemini)를 만드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 제미니는 인공 일반 지능(AGI)을 만들려는 프로젝트로, 오픈AI의 GPT-4 모델에 대항하는 구글의 무기로 평가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브린이 돌아온 것은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 AI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에 가장 앞서 있다고 인정받았던 구글은 챗GPT로부터 일격을 당한 후 더욱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창업자의 귀환은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20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도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회사 경영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CEO로 복귀했다. 처음에는 2년만 경영하면서 새로운 후계자를 찾기로 했지만, 이사회에서는 2026년까지 그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기업을 큰 성공으로 이끈 스타 경영인들은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에서 기업의 위기를 탈출하게 하는 데 적임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주와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하워드 슐츠도 은퇴했다가 다시 CEO로 돌아오기를 두 번이나 반복하면서 ‘부메랑 경영인’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올해 초에는 아마존의 주가가 폭락하자 물러났던 제프 베이조스의 귀환설이 돌았다.   부메랑 경영인으로서는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에 대한 확인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경영인들이 후계자를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후임 CEO를 제대로 고르는 것도 훌륭한 경영인의 자질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부메랑 경영인 부메랑 경영인들 스타 경영인들 사나흘씩 구글

2023-07-28

[디지털 세상 읽기] 스레드 vs 트위터…광고주의 선택

온라인 서비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사용자가 늘고 있는 메타의 ‘스레드’는 아직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계정을 만들고 홍보를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광고주가 돈을 내고 홍보 콘텐트를 많은 사용자에 전달해주는 광고 도구를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스레드에 사용자가 몰린다는 소식을 들은 대기업들은 광고를하고 싶어 메타에 연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스레드의 광고는 도구가 준비되지 않아서 시작하지 않은 게 아니다. 메타 내에서 스레드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하던 것을 일부 변경해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스레드 사용자가 충분한 숫자에 도달하고, 이들이 광고를 보게 되더라도 스레드를 떠나지 않을 만큼 서비스 이용 습관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반면 스레드와 경쟁하는 처지가 된 트위터의 일론 머스크는 지난 주말, “광고 매출이 50% 감소한 데다 부채가 너무 커서 손실이 이어지는 중”이라는 트윗을 했다. 머스크가 그동안 “떠났던 광고주들이 돌아온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던 이유는 사용자들이 트위터에서 만나게 되는 광고 중에 큰 광고비를 집행하는 대기업의 광고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 광고주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소셜미디어, 허위정보와 욕설이 난무하는 플랫폼을 꺼린다. 특히 머스크가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트위터 콘텐트를 관리하지 않고, 즉흥적인 결정으로 예측 불가능한 경영을 하면서 광고주들이 트위터에 자사 상품을 노출하는 걸 꺼리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며 광고주들을 만족하게 해온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기업 메타가 트위터의 클론을 만들었다고 하니 더더욱 트위터로 돌아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스레드 트위터 스레드 사용자 트위터 콘텐트 대형 광고주들

2023-07-25

[디지털 세상 읽기] ‘스레드’의 약진…저커버그 응원?

메타가 선보인 트위터의 대항마 스레드(Threads)가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가입자 숫자가 전부가 아니고, 정말로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사상 유례가 없는 가입자 증가로 마크 저커버그는 흐뭇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스레드는 사실상 트위터 기능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에 특별히 새로울 게 없는데도 이런 인기를 끄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스레드는 트위터와 똑같지만 주인이 일론 머스크가 아니기에 인기를 끈다고 분석한다.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까지 트위터는 상당히 많이 찾는 서비스였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어도 뉴스의 확산 속도와 이슈의 공론장으로서는 가장 뛰어난 서비스였다. 하지만 머스크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사용자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대기업들은 광고를 중단했다. 스레드는 그런 트위터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환영을 받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저커버그를 응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커버그는 한동안 소셜미디어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친 주범처럼 취급받으며 온갖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가 극우의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공간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저커버그를 응원하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원래 머스크는 홍보의 귀재로 불리던 CEO였다. 테슬라가 광고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낸 건 걸어 다니는 광고판인 그의 공이 팔할이다. 사람들이 그런 머스크를 외면하고 단지 머스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저커버그를 환영하는 현재 상황은 기업 이미지가 CEO 한 사람의 이미지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스레드 약진 대항마 스레드 일론 머스크 사실상 트위터

2023-07-14

[디지털 세상 일기] 중국 패션업체 ‘쉬인’…어설픈 마케팅 역풍

중국이 만든 소셜미디어 틱톡은 지난 몇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하면서 음악과 패션 업계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반회사들은 “틱톡에서 떠야 노래가 팔린다”며 틱톡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재구성했고, 패션 기업들 역시 틱톡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특히 중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쉬인(Shein)은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 한 번 입고 마는 옷’이라는 새 트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브랜드의 성장은 전적으로 틱톡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옷이 아무리 저렴해도 한 번 입고 버리는 트렌드는 문제가 많기에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이 트렌드를 따르던 Z세대 사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꾸준히 커졌다. 게다가 쉬인이 신상품을 빠르게 내놓기 위해 다른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표절하고, 공장 노동자들에게 일주일에 75시간 노동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요 고객층이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현재 소셜미디어 내에서도 빠르게 인기를 잃고 있다.   위기를 느낀 쉬인은 자사 브랜드를 홍보해주던 인플루언서들을 중국 광저우에 있는 공장으로 초대해서 투어를 시켜주고 팔로워들에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공장 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전혀 힘들지 않게 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은 더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브랜드로부터 공짜 여행과 선물을 받은 후 상황을 호도하는 역겨운 프로파간다에 동원되었다는 비판이다. 진정으로 문제 의식을 느꼈다면 어떤 개선을 했는지 발표하고, 브랜드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 언론 기자들에게 취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모든 시도는 홍보에 불과하고, 그게 들통나면 브랜드의 위기는 더 커질 뿐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일기 중국 패션업체 마케팅 역풍 소셜미디어 틱톡 공장 노동자들

2023-07-11

[디지털 세상 읽기]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넷플릭스의 ‘돈벌이’

지난주 화요일 미국 해안경비대는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보러 갔던 잠수정 타이탄이 파괴됐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잠수정과의 연락이 끊긴 직후 시작된 대대적인 수색은 그렇게 종료됐다. 그 발표가 나온 지 며칠이 채 되지 않는 시점에서 넷플릭스가 인기영화 ‘타이타닉’(1997)을 일부 지역에 재공개하겠다고 해서 비난을 받았다. 잠수정 폭파사건으로 높아진 관심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비극으로 돈을 버는 게 처음도 아니다. ‘제프리 다머’처럼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요즘 넷플릭스의 인기 상품이다.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과 온라인에서 이 영화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재공개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보고 싶은 영화를 보여주는 플랫폼에 남아 있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다시 보려는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아니라도 유튜브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 얼마든지 돈을 내고 볼 수 있기에 넷플릭스가 사용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보여주는 건 오히려 유료 고객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의 검색과 클릭이 기업이 따라야 하는 지상 명령이 아니다. 기업 내에서 누군가는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데이터와 알고리듬에 따랐을 뿐이라고 하는 건 편리한 핑계일 뿐이다. 인류 사회가 대중의 가벼운 호기심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로 유명한 ‘블랙 미러’가 넷플릭스가 제작한 인기 시리즈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다. 자기 모순적인 내용이라도 사용자가 원하면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넷플릭스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돈벌이 잠수정 폭파사건 잠수정 타이탄 자사 플랫폼

2023-06-30

[디지털 세상 읽기] “네 취향을 알고 있다” 광고시장 뛰어든 우버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 서비스인 우버가 광고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우버는 이미 앱을 통해 광고를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승객이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TV·유튜브에서 보는 것 같은 광고 영상을 틀 계획이다. 그뿐 아니다. 우버 차 안에 태블릿을 부착할 준비도 하고 있다.   우버가 새로운 광고 효과를 자신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용자들은 차량을 호출한 후부터 끊임없이 앱을 들여다보기에 그 짧은 광고를 넣으면 꼼짝없이 보게 된다. 광고업계에서는 그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비행기에 타서 눈앞 화면의 광고를 틀면 눈을 감지 않는 이상 봐야 하기에 ‘사로잡힌 관객(captive audience)’이 될 수밖에 없다. 보기 싫으면 그냥 넘겨버리는 잡지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유튜브에서 강제로 광고를 봐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버가 사용자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자산이다. 우버는 사용자들이 어디를 돌아다니는지는 물론, 음식 배달앱 ‘우버 이츠’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술 배달앱 ‘드리즐리’를 통해 무슨 술을 좋아하는지도 안다. 따라서 특정 집단을 정확하게 타깃으로 하고 싶은 광고주에게 우버는 아주 매력적인 채널이 된다.   구글과 메타가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을 삼켜버린 비결이 정확한 사용자 파악이다. 게다가 우버는 유튜브처럼 강제로 볼 수밖에 없는 영상 광고로 단가까지 높게 받을 수 있다. 다만 사용자들이 광고가 싫다고 플랫폼을 떠나지 않을 만큼 사용 습관이 붙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광고시장 취향 사용자 취향 잡지 광고 광고 사업

2023-06-26

[디지털 세상 읽기] 적과의 동침

지난주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포드에 이어 테슬라의 충전 표준을 따르겠다고 결정했다. 테슬라는 북미 자동차 충전소의 60%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GM과 포드는 별도의 충전소를 세우며 경쟁하는 것보다 자사 자동차들이 별도의 어댑터 없이 고속 충전소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 기업이 합의로 북미 지역의 충전기 표준을 둘러싼 경쟁은 사실상 끝난 셈이다.   이 계약으로 테슬라는 앞으로 상당한 추가 수익을 올리게 되었었지만, 다른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를 윈-윈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한 경쟁 기업이고, 싸움은 충전 방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술적으로 앞선 테슬라는 다른 기업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시스템도 라이선스를 받고 제공하고 싶어한다.   이 경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다. 애플은 뛰어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자동차 회사에 제공하고 있고, 구글은 더 나아가 자율주행시스템도 개발했다. ‘자동차의 두뇌’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은 동력 성능이 아니라 컴퓨터 성능으로 경쟁하게 되고, 이를 장악하는 기업은 모빌리티 플랫폼을 장악하게 되기 때문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승부다.   하지만 인포테인먼트와 관련해서는 디트로이트가 실리콘밸리에 10년 뒤쳐져 있다. GM과 포드가 충전 표준을 두고 테슬라라는 적과의 동침을 결정한 것은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해서 복잡한 전선(戰線)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동침 고속 충전소 지난주 자동차업체 북미 자동차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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